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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부리는 메일 쓰기.

설치형 워드프레스에 새 글을 쓴 김에, 간만에 블로그에도 글을 쓴다.

중국 감독의 장편 영화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말 사이에 열 받는 내용의 연락을 해와서 싫은 소리를 써서 보냈다. 당초엔 그쪽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기에 내가 좀 튕기기도 했었는데, 그쪽의 불리한 입장을 악용해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 좀 적당히 했더니만, 이젠 그쪽이 느긋한 입장이 되어서 내가 짜증나게 굴면 안 쓰겠다고 해버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소리 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음. 뭔가, 언젠가 오늘의 이런 태도를 “그런 때도 있었는데..”하며 후회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그리워할 일이 생길 수도 있지 싶어 메일의 내용을 번역해 적어 본다.

…실은 그냥 열 받은 걸 투덜거리고 싶어서…

작업 일기

카가야쿠 마치 유우키 쿠다사아아아아이.

1. 위모트를 샀다. 와, 이제 위랑 액정티비랑 소프트만 사면 동물의 숲을 할 수 있다! …가 아니고. 그냥 멍하니 수업 듣고 있다가, 위모트의 허리를 묶어 목에 건 채로 돌아다니면서 기타를 치면 위모트의 흔들림이나 나의 위치에 따라 음악이 컨트롤 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집에 오는 길에 그냥 사왔다.

Tromperie Pure.

아레아 전시 끝.

1. 라이브가 끝났다. 전시는 아레아 갤러리에 며칠 더 남아 있을 예정이지만 공식적인 것은 아니니, 일단락이라고 보겠다. 다음 주 일요일에 다시 레스토랑 전시 설치가 있지만, 내가 라이브를 하거나 하는 건 아니니 딱히 손 댈 구석은 별로 없고, 포스터와 리플렛 디자인만 잘 마치면 될 것 같다. 향후 두 달 간은 한 숨 돌렸다. 그래서 식욕이 돋나? -ㅅ= 새우튀김 먹는 꿈을 꿨는데 일어나니 “잘 만든” 새우튀김이 무척 먹고 싶다. 아, 뭐…

2.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종일 굶은 뒤 긴장까지 풀린 상태에서 장비와 책으로 가득한 트렁크와 8인치 스피커 두 대를 옮기려니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베르트 씨의 차로 피에르의 집에 가서 스피커를 돌려주고, 가능하면 우리집까지 차로 오는 것도 조금 기대했다. 안 되면 피에르의 집에서부터 택시라도 탈 생각이었다. 그런데 베르트 씨 차 뒤에 누가 차를 세워놓았는데… 양 옆에 충분한 여유가 있음에도 일부러라는 듯 건물 진입로를 딱 막고 세워둔 것이었다. 연락처도 없다. 한 2시간 정도 클랙션도 눌러 보고 관리인을 찾아보고 집집마다 두드려보기도 했지만 무소용.

스피커를 늦게 돌려주는 방법도 없진 않았겠으나, 워낙 또 그런 일에 민감한 피에르가 선뜻 빌려준 것만 해도 고마운데 굳이 자극하고 싶지도 않았거니와, 집에 늦게 들어올 예정이었던 피에르가 자기 집 열쇠를 나에게 맡겨뒀기 때문에 어쨌든 나는 피에르의 집에 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내 짐은 갤러리에 하루 더 보관하기로 했다. 다시 트렁크를 들고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가는데 토 나올 뻔했다. -ㅅ= 그리고는 스피커를 이불로 둘둘 말아서 큰 쇼핑백 두 개에 나눠 담은 뒤 손에 들고 택시를 잡아타고 피에르의 집으로… 다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12시였다. 전시 종료가 7시였는데… 흑.

서울 전시 마지막 날도 다른 차가 내 차 뒤에 세워놓아서 집에 못 갈 뻔한 적이 있었는데,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다니 이 무슨 징크스도 아니고…;

3. 아레아 갤러리에서 숙식을 하고 있는 아키라의 작업을 조금 보았다. 사진과 회화를 섞어 작업하는데, “무지개를 먹다”가 주제. 무지개를 잡아서 게걸스럽게 먹으며 손가락 틈으로 흘러내리는 모습들을 그리는데, 시체 같은 색감의 피부와 탁하고 더러운 색감의 무지개가 꿀을 섞은 물감의 독특한 질감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 중 하나가 특히 마음에 들었는데, 두 손으로 모아쥔 무지개가 손가락 틈으로 흘러내려 바닥에 고이면서 마치 눈동자 같은 형상으로 다시 무지개를 이루는 것이었다. 잡을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잡아보았지만, 내 손 위에서는 내가 갖고자 했던 것이 아닌, 그러나 내 손을 빠져나가면 다시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절망감이랄지 약오름이랄지 그런 인상을 받았다. ,고 얘기했더니 자기가 의도한 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재밌는 해석이라며 기뻐해줬다.

내가 하는 음악이 전부 버추얼한 것일 뿐이며 잡을 수도 없고, 몸에 와서 닿는가 하면 다음 순간 바로 사라진다는 것이 괴롭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음악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냐는 얘기를 해왔다. 저번에 미미양도 그런 얘길 해줬는데,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는 것일까.

4. 내가 하는 라이브의 방식이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에 젖었던 최근 며칠간이었다. 조금 더 versatile하면서 조금 더 곡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새롭게 준비를 해봐야 할 것 같다. 단순히 채널 별로 나눠진 루프들을 클립에 담아 던져넣고 볼륨과 이펙트만 조금씩 만지는 수준으로는 안 될 것 같아. 차라리 루프들을 조금 더 세분화해서 샘플러에 심어넣고 그때 그때 미디로 컨트롤하는 방식이 낫지 않을까 하고… 이번에 해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모자라서 못 만들었던 맥스 패치도 시간을 두고 찬찬히 만들어 제대로 써먹어 봐야겠다.

5. 장비가 다 갤러리에 있어서 오디오카드도 노트북도 없으니 음악을 못 듣는구나. 뭔가 서럽다?! (…)

버추얼